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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년 9월 뉴스레터 - 예술가의 시선에서 본 거여동, 마천동, 풍납동: 신서윤 작가
등록일 2024-09-19
 우리가 그곳을 더 잘 알게 되고 
그곳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장소가 됩니다.”
-푸 투안(Yi-Fu Tuan), 공간과 장소(1977)

 
지역이나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은 새롭지 않다. 예술가들에게 지역은 새로운 창작활동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입장에서는 예술 활동이 지역 문제를 완화하거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되거나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예술재단들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예술사업들을 운영하고 있다. 송파구에서도 송파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에 주목하는 예술사업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역 내 갈등이 있거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혹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역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과 소통하고 그 지역을 기록하는 등의 예술 활동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거여동, 마천동, 풍납동을 중심으로 이러한 예술 활동 실천들이 두드러진다. 풍납동은 백제의 유산이 있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고, 거여마천 지역은 군부대와 그린벨트 등으로 인해서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아직 예전 동네의 모습이 남아있는 부분이 많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주택이 철거되고 공터가 늘어가는 풍납동의 모습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신축 대단지 주거단지들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거여동, 마천동의 모습에 주목하기 위해 주민과 교류하고 예술로 지역을 기록하는 활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왼쪽부터 거여동 골목, 마천동 골목, 풍납동 골목 / 촬영: 김가은

이를테면 송파구 주최, 송파문화재단 주관으로 운영됐던 송파이야기집, 송파예술단지 프로젝트 <송들바람>, 그리고 송파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다양한 예술실천들이 대표적이다. 참여 예술가들은 지역의 어떤 부분에 주목한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송파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길따라 물따라 탐구생활>의 사생대회 워크샵에 직접 참여하여 이 프로젝트를 체험해보았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기획한 신서윤 작가와 지역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 <길따라 물따라 사생대회 워크숍> 포스터 ㅣ 오: <길따라 물따라 사생대회 워크숍>에 대해 설명하는 신서윤 작가(2024.8.31.) / 촬영: 김가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송파구를 기반으로 자연을 소재로 작업 하고 있는 신서윤 작가입니다. 10월 말까지 송파청년 아티스트 센터소속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획 3>2310월경 송파청년아티스트에 입주한 작가 김민주, 박아름, 신서윤 작가 셋이 모여 결성된 팀입니다. 저희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사생모임을 진행하며 마주하는 동네를 작가적 시선으로 해석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Q. <길따라 물따라 탐구생활>동네를 기록하고 공간과 사람을 탐구하는 활동이라고 읽었는데요.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울러 마천동, 거여동, 풍납동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길따라 물따라 탐구생활>은 지역주민들이 간직한 저마다의 동네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송파 청년아트센터에서 알게 된 김민주 작가님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었는데, 각각의 구마다 도로에 그려지는 무늬나 가로수 화단의 디자인이 다르다는 것을 비롯하여,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이 각각의 구나 동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김민주, 박아름 작가님과 함께 이러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길따라 물따라 탐구생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풍납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풍납동에는 많은 공터들이 존재하고, 그 공터들을 지역주민들이 사용하는 모습에서 이 지역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특별한 장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기록하면서, 각 동네마다 잊혀진 추억과 역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이 아는 기억 속에 간직된 동네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면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식당이 있지만, 지역주민들만 아는 진짜 맛집이 있듯이, 각 동네에도 주민들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그런 지역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동네의 이야기를 엿보고,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제가 깨닫게 된 부분은 송파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살고 있는 동네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점이 저에게 이질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기에 연고가 없던 마천동, 거여동, 풍납동은 새로웠습니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줄곧 살아온 저에게는 5층 높이의 붉은 빌라, 골목길들은 생소하기도 하고,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좁은 길에 할머니들이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시는 모습, 공원 정자에 모여서 장기나 바둑 두시는 할아버지들의 모습 등에서 제가 익히 봐왔던 송파구와는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네라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저나 저희 가족처럼 오랫동안 한 지역()에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사 온 새로운 주민들 모두가 공존하는 송파구 안에서,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현재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모습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하여,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각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나의 동네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탐구하고자 하는 동을 선정할 때는 작가들 셋의 연고가 없는 동을 중점으로 생각하였고, 지도에서 봤을 때 이곳들이 성내천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사업 이름인 길따라, 물따라가 나올 수 있었고요. 각각의 동은 저마다의 연유로 7, 80년대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지역이기에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거여동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 촬영: 김가은

 
Q. 예술가의 시선에서 마천동, 거여동, 풍납동은 각각 어떠한 동네로 인식되는지 궁금합니다.
자연물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저에겐 풍납동은 공터와 토성을 중심으로 둘려진 잔디 공원 때문인지 풀들이 많이 자라는 곳으로 생각이 됩니다. 나무들은 주택과 주택 사이 비좁은 공간에서 자라나는 과일나무들이 눈에 보이는 동입니다.
거여동은 천마산과 남한산성과 가깝기 때문인지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하고, 골목 사이에 주민들을 위한 작은 공원들이 드문드문 존재하며 우거진 나무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마천동은 천마산이 존재해서인지 숲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동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천동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주말에 종종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족발이나 곱창을 먹으러 가는 장소입니다. 그런 곳인지라 왜인지 모르게 마천동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곳으로 좋은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Q. 지역과 밀접하게 연계된 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이번 사업처럼 지역주민들과의 연계가 필요한 프로그램일수록 지역 홍보가 필수입니다. 그래야 지역주민 분들이 보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며 신청을 해주시니까요. 홍보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워크숍 진행에 있어서 야외에서의 사생을 위해 거점장소에서 멀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와 동선을 짜야 했습니다. 그 지역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동선을 길지 않게 짜야 했기에 그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어려운 점은 아니지만, 워크숍 당일 날씨가 너무 덥지도, 비가 오지 않길 바라며 워크숍 직전까지 신경 쓰이던 부분입니다. 이제 95일 마지막 워크숍이 남았는데 이날도 날씨가 좋길 바랄 뿐입니다.
 
Q. 이러한 예술 활동이 가지는 의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사업의 의의는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치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관찰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사생을 통해 주변 환경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리는 것'이 결코 어렵거나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그린 동네의 모습이 곧 하나의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일상의 풍경이 예술적 시각으로 재해석되고,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역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기획 3>은 탐구 담당 지역을 점차 확대해 활동 범위를 늘려나가려고 합니다. 송파구 내 모든 동을 돌면서 동네마다 탐구한 기록물을 여러 시리즈로 제작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본 프로젝트가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추후에도 작가들의 소모임으로서 지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동네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지역의 변화, 혹은 변화하지 않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예술가들이 많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기획자로서 풍납동이라는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매핑풍납 2022>, <본딩풍납 2023> 그리고 올해 <대조연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주민과 교류하고 지역을 기록하며 이러한 예술 활동이 가지는 의의와 역할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런데 <길따라 물따라 탐구생활>의 주민 참여자로 체험해보니 또 다른 감각이었다. 그림에 대해 글을 쓰고 기획만 하다가 서툰 솜씨로 직접 그림을 그리려니 처음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복잡한 생각을 잊을 수 있는 휴식을 경험하였다. 참여자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거여동을 방문하여 세 시간 남짓 워크숍에 참여하고, 이후 마천동 골목을 걸어다니면서, 그곳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여유를 가지고 내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지역 기반의 예술 활동이 가지는 의의 중 하나가 아닐까. 앞으로 예술을 통해 일상 속 모습들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이러한 예술 활동들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 김가은 (김가은미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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